가을만 쳐다 보는 그대
올 가을에도 나는
가을에게 패배하지 않으려
발버둥을 칩니다
해마다 내 나이만큼만
나이를 먹는 가을 앞에서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합니까
한 점 부끄럼도 없는 파아란
가슴을 드러내 놓고
맑디맑은 은은한 눈빛으로
내 등을 도닥거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허구헌날 빈둥거리며 넋두리하는 이놈에게
먹음직스럽게도 한 상 차려 내놓으니
나는 언제 철이 듭니까
모든 걸 떠나 보내는 슬픔도
어찌하면 이렇게 아름다울수 있습니까
그대가 나에게서 멀리 떠난 것은
내가 가을을 닮지 못한 까닭입니다
올 가을에도 나는 가을에게 패배했습니다
가을에게 홀딱 반해
가을만 쳐다보는 그대를 보는 나는
그저 할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