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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7 11:26

기대어 선 숲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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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기대어

 

내가 그대의 심장으로 뛰고 싶네

내가 그대의 뇌로 생각하고 싶네

내가 그대의 등에 기대어

펄펄 끓어오르는 된장국

같은 체온이 되고 싶네

 

골짜기마다 깊은 등을 열어주네

저 등에 기대어 내게 남은

한 철을 지내고 싶네

저 등을 열고 쑤욱 사라져

그대와 한 몸이 되고 싶네

 

저마다 기대어 선 숲속이

불 지핀 아궁이처럼 따뜻하구나

미담美談 같은 저것을 닮겠다고

바위도 단단한 등을 건네주네

얼어붙은 냇물도 희고

투명한 등을 내밀어주네

 

방랑의 봄을 보내고

맨발로 찾아온 해방처녀같이

방황의 가을을 보내고

빈손으로 찾아온 탕자같이

한 철 뜨거웠던 열기를

뿌리 깊이 담아두었다가

박대하지 않고 등을 내어주네

 

이파리 무성할 때

저 홀로 뽐내던 나무들

피붙이 다 떠나보낸

늙은 부부의 겨울처럼

서로의 등에 기대어 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