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초 그늘 아래
그늘 아래 지금 그녀에게
좋을 위안 하나
부도의 그림자를 밟는다
지루하지않을 도전과 모험인데
편력의 끝에 선 오후의 여신
눈부시게 하얀 미소의
옷자락 접으며 서느러운 파초
지금도 너는 곡괭이를 들고
새 영토를 개간하러 나서고
빛나는 푸른 물줄기
나올 때까지 파내는 곡괭이 작업
일깨워진 이마는 신열이
나고 젖은 머리카락은
잔뜩 부풀어오른다
너의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은
하나의 생명력을 갖고 있어서
내연을 부추기는 힘이 있기에
풀밭에 나무는 그림자의
눈을 달고 있어서
미묘하게 스치는 미풍의
입맞춤에도 부드럽게 순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