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저녁

by 봄봄0 posted Aug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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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저녁

 

한 순간 무너짐을 위해 생의 날개는 그토록 쉬지 않고 퍼덕였던가

저만치, 고통의 무게를 버리고 곤두박질치는 물새떼,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기에

오래 견디어낸 상처의 불빛은

그다지도 환하게 삶의 노을을 읽어버린다.

 

소멸과의 기나긴 싸움을 끝낸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

쓸쓸히 허물어 진다는 것,

 

그렇게 이 세상 모든 저녁이 나를 알아보리다

세상의 모든 저녁을 걸으며 사랑 또한 자욱하게 늙어가리라

 

하지만 끝내 머물지 않는 마음이여, 이 추억 그치면

세월은 다시 흔적없는 타오름을 몸에 싣고,

 

이마 하나로 허공을 들어올리는 물새처럼 나 지금

다만 견디기 위해 꿈꾸러 간다.

 

여의도로 밀려가는 강변도로

막막한 앞길을 버리고 문득 강물에 투항하고 싶다

 

한 때 만발했던 꿈들이 허기진 하이에나 울음처럼

스쳐간다. 오후 5시반

 

에프엠에서 흘러나오는 어니언스의 사랑의 진실

추억은 먼지 낀 유행가의 몸을 벌어서라도

기어코 그 먼 길을 오고야 만다

 

기억의 황사바람이여, 트랜지스터 라디오 잡음같이 쏟아지던

태양빛, 미소를 뒤로 모으고 나무에 기댄 소녀

 

파르로 성냥불처럼 점화되던 첫 설레임의 비릿함, 몇 번의 사랑,

그리고 마음의 서툰 저녁을 불러모아 별 빛을 치유하던 날들......

나는 눈물처럼 와해된다.